작가 이순원은 1957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났다. 1988년 '문학 사상'에 단편 <낮달>이 당선된 이래 <수색, 그 물빛 무늬>로 동인문학상을, <은비령>으로 현대문학상을, <아비의 잠>으로 이효석문학상을 수상했다. 창작집으로 <그 여름의 꽃에게>,<말을 찾아서> 등이 있고 장편소설로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19세> , <강릉 가는 옛길> 등이 있다.

달이 없어도 별이 좋은 밤이었다. 아부제의 입에서 풍기는 술 냄새가 조금도 싫지 않았다.

노새는 연신 딸랑딸랑 방울을 울리고, 길옆은 온통 옥수수밭이거나 감자밭, 얼갈이 무와 배추를 뽑은 다음 씨를 뿌린 메밀 밭이었다. 꽃향기도 좋고 저녁 바람도 시원했다.

달밤을 걷는 정경을 묘사한 부분을 읽다 보면 저절로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이 떠오른다. 방울 소리를 흘리며 느릿하게 걷는 노새가 등장하는 것도 비슷하다.

아버지와의 먹먹한 부정과 인생사를 담은 주제 또한 그렇다. 강원도 대관령 아래가 고향인 '나'가 사보 편집실로부터...